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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ing Room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 다시 확산

"엔화 11개월래 최저…엔화로 바꿔 한국 대만에 투자"-WSJ



1990년대 유행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지난 1990년 대 일본 중앙은행(BOJ)이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싼 비용으로 엔화를 차입해 이를 다시 금리가 높은 호주나 캐나다, 멕시코 등에 투자하던 것을 말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당시에는 수익성이 좋았지만 최근 몇 년 새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각국이 금리를 계속 내리면서 달러와 유로화가 엔화를 대체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 가치가 11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매력적인 투자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연준이 추가 양적 완화를 통해 달러화를 풀 것이란 기대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은 "모두가 제로 금리라면 왜 달러, 엔, 유로에 셋 다에 투자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 중 엔이 가장 매력적인 수단인 것은 마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화는 올 들어서만 달러화 대비 가치가 8% 하락한 상태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4일 83.73엔으로 거래를 마쳐 엔화 가치가 지난해 11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84엔 대까지 상승(엔화 하락)하기도 했다. 

파로스 트래이딩의 더글라스 보스위크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했던 마지막 시기는 90년대 초반이었다"면서 "지금은 엔화 가치가 절하되고 있어 엔화로 펀딩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보스워크는 "지난 1월 31일 보고서를 내고 고객들에게 '엔화 하락에 대비해 캐나다 달러를 살 것'을 추천했다"면서 " 그 뒤 약 한달 반 만에 11%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엔화는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국가 통화에 비해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는 올 들어 엔화대비 20%나 올랐다.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해선 9% 오르는 데 그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도 엔화대비 16% 올라 상승폭이 달러화 대비 상승률인 7%의 2배가 넘었다. 올 들어 달러대비 2.5% 오른 브라질 레알 화는 엔화대비 11% 올랐다. 

시장은 엔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엔화 약세에 투자한 포지션은 강세 포지션보다 64억 달러 초과한 상태다. 

헤지펀드 회사인 트랙시스 파트너스의 애머 비새트는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엔화로 바꾼 뒤 한국의 원화나 대만 달러 등 아시아 통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에 대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최대 통화 펀드인 FX컨셉츠의 존 테일러 회장은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쉽게 배제해선 안 된다" 며 "미국 경제가 작년과 같은 경지둔화에 빠진다면 엔화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2분기 들어 다시 약해지면서 연준이 하반기 쯤 조치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투자는 다음 달 정도까지만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 20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08엔 오른(엔화가치 0.1% 하락) 83.43엔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자금이 몰려 엔화 값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었다.